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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역시 공포소설 | 무더위를 식혀줄 3권의 추천작

by 와츄원트 2025. 5. 22.

여름엔 역시 공포소설 3권 추천

한여름, 뜨거운 열기 속에서 시원함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찬 음료를 즐기거나 시원한 장소에 머무르는 것도 좋지만, 몸 안쪽부터 서늘하게 만들어 주는 감각적인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공포소설을 읽는 것입니다. 여름에 납량 특집물이나 공포, 호러물들이 쏟아지는 것도 바로 그 이유입니다.

 

과학적으로 인간은 공포를 느낄 때 진짜 몸의 생리적인 반응이 생긴다고 합니다.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에 땀이 나며 근육이 긴장하는 것도 공포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낮아지는 느낌을 받아 몸이 ‘서늘해진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매년 여름, 괴담 프로그램이나 공포 특집 방송이 편성되는 것도 이러한 생리적 메커니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최근에 읽은 무더위를 잊게 해 줄 공포소설 세 권을 소개하려 합니다. 에세이와 시를 즐겨 읽는 편인데 우연히 첫장을 넘긴 공포물로 반나절을 보내고, 연달아 공포소설 정주행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오싹오싹하면서도 책장을 넘기게 하더군요.

 

모두 일본과 한국에서 출간된 현대 공포소설로, 장르의 문법을 잘 살리면서도 각각 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서늘함’을 전달하는 작품들입니다. 과도한 잔혹성이나 자극적인 묘사보다는, 이야기 자체가 풍기는 기묘한 분위기와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천천히 따라가는 데 초점을 둔 책들이라 공포소설 입문자에게도, 혹은 독서와 거리가 먼 분에게도 두루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 이상한 집
출처 : 교보문고

『이상한 집』 – 우케쓰 작

'이상한 집(変な家)'은 일본에서 유튜브 괴담 콘텐츠로 시작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스토리입니다. 인기 폭발로 책으로 정식 출간까지 하게된 작품이지요. 작가 우케쓰는 책 페이지에 독자라 이해하기 쉽게, 실제 건축 도면을 바탕으로 집 안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하며, 이야기의 사실감을 극대화합니다. 오죽하면 부동산 미스테리 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을까요.

 

집의 기묘한 구조와 숨겨진 공간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며, 주인공은 점차 ‘그 집’에 감춰진 끔찍한 진실에 접근하게 됩니다. 따뜻하고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여기는 집을 물리적 공간으로 삼아, 공포를 다룬다는 점이 이 소설의 핵심입니다. 심리적인 불안을 구체적인 시각 이미지로 끌어내며, 독자는 마치 실제 공간을 탐험하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독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이상한 집2 까지 출간하고, 일본에서는 영화까지 제작하는 등의 돌풍을 일으켰으니, 뭔가 짜릿한 것을 원하신다면 꼭 한번 읽어보세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책표지
출처 : 교보문고

『긴키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 세스지 작 

이 책은 제목부터 심히 끌렸습니다. 과연 긴키 지방에 어디길래. 긴키는 간사이라고도 불리는 지역으로, 혼슈 중서부에 위치한 일본의 한 지역입니다. 작가 세스지는 실존하는 이 지역의 장소를 무대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묘하게 흐리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괴담과 현대적인 문장 스타일을 섞어낸 독특한 공포소설입니다. 

 

형식은 모큐멘터리로 짧은 회고나 기록, 인터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사건들이 비슷하게 유기적으로 반복되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 기록으로 남아 있는 괴이한 사건, 설명되지 않는 죽음... 이러한 요소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가 형성됩니다.

 

잔인하거나 유혈을 부르는 형태가 아니라, 어떤 묘한 기운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문득 ‘혹시 나도 이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던가?’ 하는 기시감까지 느껴지게 만들어, 없던 겁도 생길 정도입니다.


어두운 물 책 표지
출처 : 교보문고

『어두운 물』 – 전건우 작

사실 전건우 작가는 국내 공포소설 작가 중에서도 꾸준한 팬층을 가진 인물로, K호러의 대표 작가로도 불립니다. 이 『어두운 물』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첫장부터 호흡이 빠르고, 페이지마다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는 터라,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습니다.

 

방송 탐사 보도 프로그램 제작진이 현천강 마을의 강을 소재로 촬영을 하면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을 소재로 다룹니다. 마치 곡성 같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결국 소설의 끝은 인간의 감정과 맞닿아, 두려움의 형태가 단순히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이 아니라 상실이나 죄책감, 외로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은 인간이 아닐까요.


무서운 걸 싫어하면서도 읽게 되는 심리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공포물에는 손사래를 치기도 합니다만, 막상 책을 펼치면 또 손에서 놓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도 3권을 연달아 읽고 밤에 화장실 가는 것도 무서워하지만, 또 뭔가 재밌는 공포물이 없나 찾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심리학적으로 공포소설은 ‘안전하게 두려움을 경험하는 장르’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현실에서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공포의 감정을, 이야기라는 틀 안에서 통제된 방식으로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을 마주하고, 어쩌면 약간의 해방감도 느끼게 되나 봅니다. 그래서 무서워도 읽고, 다시 또 비슷한 책을 찾게 되나 봅니다. 공포는 불쾌한 감정이 아니라, 때로는 아주 정교하게 조율된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장르라는 얘기겠지요.

 

올여름, 덥고 습한 밤을 그냥 넘기지 마세요. 에어컨으로 대신하지 마세요. 이야기 속 공포는 현실의 무더위를 잊게 만들어 주는 훌륭한 도피처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이상한 집』, 『긴키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그리고 『어두운 물』. 이 세 권이 여러분의 여름밤을 보다 서늘하고, 조금은 낯설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물론 엄청난 페이지터너로 뚝딱 읽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