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을 잘 느끼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유전, 신경 반응, 식습관, 건강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매운맛 내성을 분석합니다.
한국인들은 어려서부터 매운맛에 비교적 어느 정도 단련이 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유독 맵찔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얼굴이 벌게지고 눈물이 날 정도인데, 또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불닭볶음면에 청양고추를 더해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과연 이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궁금합니다.
사실 매운맛은 혀로 느끼는 맛도 아니고 유전, 환경, 식습관, 심리적 요인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한꺼번에 작용한다고 합니다. 매운맛의 비밀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우리가 매운맛을 얼마나 '학습된 감각'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증이다
이제 많은 분들이 아는 정보입니다. 매운맛은 혀가 아닌 뇌로 깨닫는 통각 중 하나입니다. 매운맛을 느끼게 하는 성분은 고추 속 캡사이신(Capsaicin)으로, 이 성분은 혀의 통각 수용체(TRPV1)를 자극해 뇌에 ‘뜨겁다’, ‘아프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래서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일종의 ‘화학적 통증’으로 구분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통증은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둔감해지는 특징이 있어, 자주 먹다 보면 같은 매운맛에도 덜 자극적으로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단련이 되는 셈이죠. 이것이 바로 매운맛 내성의 기본 구조입니다.
2. 유전적 요인: 민감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앞서 언급된 통각 수용체(TRPV1 )의 민감도는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통증 수용체가 덜 민감해 매운맛에 강한 편이고, 반대로 민감한 사람은 아주 적은 양의 캡사이신에도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매운맛 강국으로 알려진 동아시아인, 특히 한국, 인도, 태국 등 매운 음식을 전통적으로 많이 먹어온 문화권 사람들은 오랜 세월의 식습관이 유전적 표현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신료의 역할을 부여받아 다양한 음식에 맛을 높여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그 맛이 익숙하게 사람들의 세포에 기억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 반복 노출로 생기는 감각 적응
최근 수많은 유튜버 사이에서 매운맛 챌린지에 도전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운맛은 후천적으로도 길들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매운 음식을 자주 접하거나, 점점 더 매운 음식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다 보면 통증 수용체가 둔감해지고, 신경 전달 경로도 해당 자극을 무감각하게 처리하게 됩니다. 이를 감각 적응(sensory adaptation)이라 합니다.
이처럼 매운맛 내성은 훈련이 가능한 감각이기 때문에, 타고난 유전적 차이뿐 아니라 생활 환경이나 음식 습관 등 노출 경험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쾌감과 성취감을 연결짓는 뇌의 반응
한국의 매운맛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많이 하는 말 중에, 맵지만 자꾸 끌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매운맛의 중독성 때문이죠. 매운맛이 통증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즐기는 이유는, 뇌의 보상 시스템 때문입니다.
캡사이신의 자극은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뇌는 이를 해소하려고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작용을 하며, 통증 후의 쾌감을 학습하게 만듭니다. 스트레스가 쌓여도 매운맛을 찾는 것을 감안하면, 스트레스가 스트레스를 부르는 형국입니다.
또한 SNS나 유튜브에서는 매운 음식을 먹는 모습이 도전과 맵부심의 상징으로 소비되면서, 자극과 쾌감이 결합된 문화로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5. 매운맛을 건강하게 즐기는 법
매운 음식을 즐기기 위해 내성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먼저 건강을 고려한 섭취 방법을 익혀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과도한 캡사이신 섭취는 우리의 위점막을 자극해 위염, 역류성 식도염, 치질 등의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또 공복에 매운 음식을 먹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매운맛을 똑똑하게 즐기려면 다음을 기억하세요:
- 유제품과 함께 먹기: 우유나 요구르트는 캡사이신을 중화시켜 자극을 줄여줍니다. 매운 음식을 파는 식당에 쿨피스가 있는 것도 이해됩니다.
- 채소나 탄수화물과 함께: 김밥, 빵, 밥 등의 탄수화물이나 채소를 곁들여 먹으면 위 자극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 점진적 적응: 굳이 내성을 키울 필요는 없지만, 외식을 하다 보면 매운 음식을 피할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친숙해지고 싶다면, 매운맛 단계를 조금씩 높여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매운맛 해독 아이템 준비: 식초물, 우유, 식은 밥 등은 갑작스러운 자극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처럼 맛과 건강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진정한 매운맛 고수의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팁 : 매운맛을 표기하는 스코빌 지수
한가지 매운맛에 대한 정보를 드리자면, 매운맛 지수인 스코빌 지수(SHU, Scoville Heat Unit)가 있습니다. 고추나 매운 음식에 포함된 캡사이신 함량을 수치로 나타낸 것입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더 강한 매운맛을 의미하며, 미각이 아닌 통각에 기반한 자극 정도를 측정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에 등록된 캐롤라이나 리퍼(Carolina Reaper)를 비롯해 트리니다드 모루가 스콜피온(Trinidad Moruga Scorpion), 세븐 팟 두글라(7 Pot Douglah), 부트 졸로키아(Bhut Jolokia, 고스트 페퍼) 등이 있습니다. 캐롤라이나 리퍼는 우리나라 청양고추의 무려 200배 수치라고 하니, 혀가 없어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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